제주도 동부 한달 살기 후기

제주도에서 한달 살기 한 후 느낀 점에 대해서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제주도 중에서도 동부 쪽에 자리를 잡고 한달 살기를 했습니다. 보통은 더 많이 개발되고 관광객이 많은 서부에서 많이 하는데, 저는 동부의 분위기도 좋아서 동쪽에서 한달 살기를 했습니다.


숙소 선정 기준 및 후기

저는 10개월 아기가 있어서 일단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숙소를 찾았습니다. 제주도에 한달 살기 용 숙소가 많은데,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가 잘 챙겨진 숙소는 많지 않더라구요. 아이와 함께 하는 입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요소는 아기 의자와 젖병 소독기였습니다. 그 외에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낼 만한 시설이 숙소 안에 있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아기 때문에 계단이 있으면 불편하고 위험할 것 같아서 단층으로 된 숙소를 찾아봤는데, 요즘 제주도 한달살기 숙소 트렌드가 전부 복층이라 그런지 단층 숙소는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가장 큰 기준이었던 아기 의자와 젖병 소독기가 있는 숙소로 알아봤습니다. 숙소 후보가 몇 군데 있었는데 야외에 아이들과 놀 수 있는 놀이터가 있고 후기가 많고 좋았던 숙소를 골랐습니다.

제가 선택한 숙소는 제주도 동부 바닷가는 아니고 약간 산 중턱에 있는 숙소였습니다. 바닷가 숙소는 퀄리티에 비해 너무 비싸게 느껴졌고 적당한 가격에 숙소 자체가 넓고 쾌적한 곳을 고르는 게 낫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이렇게 결정한 데에는 한달살기 기간이 가을이라서 해수욕을 어차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도 영향을 미쳤던 것 같습니다.

숙소는 그렇게 막 만족스럽지는 않았습니다. 좋았던 점도 있고 좋지 않았던 점도 있었습니다.


좋았던 점은 여러 가지 유용한 도구가 있었던 점

좋았던 점은 역시 아이가 있는 가족 전용 숙소라서 필요한 물품이 구비되어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식탁 높이에 맞는 아이용 의자도 두 개 있었고, 젖병소독기도 있었고, 계단에 안전 펜스도 있어서 아기가 혼자 올라가지 못하게 막아놓을 수 있어서 안심이 됐습니다.

그리고 건조기는 없었지만 제습기가 있어서 빨래를 하고 난 다음 빨래 널고 제습기를 틀어놓으면 금방 금방 빨래가 말랐습니다. 캡슐 커피 머신도 있어서 서울에서 미리 캡슐 한 박스 사가서 숙소에서 커피 머신을 아주 유용하게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또 좋았던 것 중 하나는, 한달 살기 하는 동안 숙소에 손님이 방문해도 추가 비용을 받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보통 정해진 인원 외에 손님이 방문하면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숙소가 대부분인데, 제가 고른 숙소는 추가 비용 없이 이용이 가능했습니다. 그런 점도 이 숙소를 고르는 데 영향을 미치긴 했습니다.


안 좋았던 점은 디테일이 떨어졌던 점

안 좋았던 점은 저희가 체크인 할 때 숙소 청소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서 엄청 더러웠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첫인상이 너무 안 좋아서 괜히 한달 있는 내내 숙소에 대한 인상이 별로였습니다.

그리고 아기와 함께할 수 있는 숙소라고 내세우고 있음에도 화장실 욕조 마감이 날카로워서 아기가 다칠 수도 있겠다 싶더라구요. 진공청소기는 너무 싸구려를 갖다놔서 요즘 나오는 핸디형 청소기 수준으로밖에 먼지를 못 빨아들여서 청소가 만족스럽게 되지 않았습니다.

아기용 펜션으로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숙소라면 세제 같은 것도 1종 세제로 해주면 좋을텐데 그냥 일반 펜션처럼 저렴한 벌크 세제로 사용하더라구요. 세탁 세제도 마찬가지구요. 이런 점은 사실 방문하기 전에는 알기 어려운 점이라서 좀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바베큐장이나 놀이터도 그냥 있다 수준이지 이용할 만한 수준은 아닌 것 같더라구요. 관리가 하나도 안 되고 방치되어서 너무 더러워서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제주도 동부에서 이동 수단 및 돌아다녀 본 후기

저는 서울에서 저희 차를 탁송으로 보내서 이용했습니다. 자세히 알아보기 전에는 그냥 당연히 탁송 보내는 게 더 저렴하게 이용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서 아무 생각없이 탁송 보냈었는데, 나중에 알아보니 잘 알아보면 탁송 보내는 것보다 한 달 렌트하는 게 더 저렴한 렌트카도 있더라구요.


아기 있는 집이라면 탁송 추천

그래도 저희는 아기 때문에 짐이 많아서 탁송보낼 때 차 트렁크에다가 가득 짐을 실어서 보냈기 때문에 탁송 보낸 게 이득이기는 했습니다. 비행기로 짐을 전부 싣고 갈 수 없었기 때문에 탁송 보내면서 짐을 같이 보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자차를 이용하는 게 보험도 그렇고 손에 익은 자동차를 이용한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탁송을 할 때 여러 방법이 있는데 저는 기사님이 저희 집으로 와서 가져가시고 공항 도착시간에 맞춰서 공항 주차장에 주차시켜 주시는 방법으로 했습니다. 따로 어디 가지 않아도 되고 짐만 실어놓으면 되니까 편했습니다.


돌아다닐 때는 하루에 한 구역 만 가능

제주도 내에서 관광 하면서 돌아다닐 때에는 하루에 한 구역만 가능했습니다. 제주도 자체가 생각보다 커서 동쪽에서 서쪽 가려면 편도로 한시간 반에서 두시간 정도 걸립니다. 그래서 하루에 여기 저기 돌아다니려고 하다 보면 길에서 버리는 시간이 너무 많아지더라구요.

어차피 한달살기 하고 있기 때문에 급하게 막 여기 저기 찍고 다닐 필요는 없어서 저희는 하루에 한 구역만 다녔습니다. 특히나 아기가 있다보니까 자동차를 너무 오래 타고 있는 것도 아이한테 힘들 것 같고 부담스러워서 짧게 짧게 끊어 다녔습니다.

제주도에는 워낙 여기저기 맛집도 많고 갈 곳도 많기 때문에 많이 이동하지 않고도 하루 종일 좋은 곳 돌아다니면서 시간 보내기 좋았습니다. 그래서 가까운 곳 돌아다닐 때는 가고 싶은 곳 하나 정해서 거기 갔다가 주변 검색해서 괜찮은 곳 방문해보고 이런 식으로 다녔습니다.


멀리 갈 때는 미리 계획 짜고 예약해서 다녀옴

숙소가 제주도 동부에 있었기 때문에 동쪽 위주로 다녔는데, 서쪽으로 갈 때는 날 잡아서 어디 갈지 미리 다 결정해놓고 갔습니다. 왜냐하면 멀리까지 갔는데 가고 싶은 곳 못 가고 허탕 치고 돌아오는 건 너무 시간이 아깝더라구요. 특히나 관광객이 많은 지역은 예약 가능한 곳은 최대한 미리 예약을 다 하고 가는 것이 좋습니다.

정말 인기 많은 곳은 예약 안 되고 그냥 가서 줄 서야 되는 곳도 많아서 그런 곳을 갈 때는 아예 오픈시간 맞춰서 방문했습니다. 공항 쪽에 우진해장국은 애매한 시간에 갔는데도 1시간 기다려서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는 서쪽으로 가기로 한 날, 음식점과 카페, 아이와 함께 방문할 곳까지 다 정해놓고 영업 하는지, 아이와 함께 가도 되는지, 예약 가능한지 등등을 미리 전화해서 확인한 다음 동선까지 다 짜서 다녀왔습니다. 그렇게 해도 생각했던 것 보다 시간이 늦어져서 아기 잘 시간 한참 지나서 집에 도착하고 그랬습니다.

그렇게 멀리 다녀온 다음 날은 어디 안 나가고 숙소에서 아이랑 같이 쉬면서 보냈습니다. 배달이 안 되는 지역이라 미리 장 봐온 재료들로 음식 만들어서 먹거나 근처 빵집 같은데 가서 사오거나 해서 식사를 했습니다.


제주도 동부에서의 한달 생활

이번에 제주도에서 한 달 있어 보면서 느낀 건데, 제주도는 어딜 가나 사람이 많습니다. 그래도 상대적으로 동쪽이 서쪽보다는 좀 덜 붐비는 것 같아요. 그리고 휴가 시즌이 아니다 보니까 대기하거나 기다리는 것도 그렇게 심하지는 않았습니다.

제주도에서 좋았던 것 중 하나는 노키즈존이 별로 없고 웬만하면 아기용 의자도 다 있고 그래서 아기랑 같이 다니기 편했던 점입니다. 뭔가 제주도 동부가 좀 더 가족단위 관광객이 많은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관광할 곳은 그렇게 많지는 않은 느낌

그냥 제 느낌일 수도 있지만 제주도 서부에 비해서 동부는 그렇게 막 관광할 곳이 많은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바닷가도 월정리 해수욕장을 제외하면 예쁜 바다도 별로 없고 그나마 가까운 김녕해수욕장이나 함덕해수욕장은 동부라기 보다는 북부라고 해야할 것 같고 30~40분은 차로 이동해야 갈 수 있어서 좀 멀었습니다.

산 중턱에 테마파크나 오름 같은 자연 생태 공원도 갯수는 꽤 되는데 막상 가려니 퀄리티가 기대 이하인 곳이 많아서 몇 군데 안 갔습니다. 그냥 인테리어나 정원 잘 꾸며놓은 카페 가는 게 더 낫더라구요.

산굼부리

그래도 동부에서 방문했던 곳 중에 비자림, 산굼부리, 에코랜드 테마파크는 좋았습니다. 산굼부리랑 에코랜드 테마파크는 동부라고 하긴 그렇고 제주도 중심부라고 해야할 것 같긴 하지만요. 섭지코지, 성산일출봉, 우도는 워낙 유명하고 좋은 거 잘 아니까 따로 언급하진 않았습니다.

만장굴도 가보고 싶긴 했는데 아기랑 가기가 힘든 부분이 있어서 이번 한달살기 할 때는 방문하지 않았습니다.

여기 저기 다니려면 차로 다녀야 되는데, 저희는 숙소가 애매한 곳에 있다보니 어디 가려고 해도 가까우면 15분, 보통 30분, 서쪽이나 공항 쪽 가려면 1시간에서 2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그러다보니 집에서 나가서 점심 먹고 카페 가고 유원지 같은데 가고 저녁 먹고 집에 들어오면 차에서만 2시간은 보내게 되더라구요.

갈 만한 곳이 촘촘히 모여있지 않고 조금씩 떨어져 있어서 이동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점이 아쉬운 점이었습니다.


의외로 숨은 맛집이 많음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보면 많이 나오는 맛집들 말고도 동네에서 그냥 지나가다가 맛있어 보여서 방문한 곳들도 맛있는 곳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손님 왔을 때 데려가서 맛있다는 얘기 들은 식당도 있구요.

아무래도 제주도에 왔으니까 제주도 음식 위주로 찾아서 다니긴 했는데, 그냥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나 분식집이나 고깃집 같은 데들도 특색있게 맛있는 곳들이 많았습니다. 한달 살기를 하면 시간이 많아서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식당들도 다녀오고 그래서 숨은 보석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 좋더라구요.

4박5일 이런 식으로 여행 오면 한끼 한끼가 소중하기 때문에 검증된 맛집 위주로 다닐 수밖에 없어서 웨이팅이 길어지고 한정된 경험을 하게 되는데, 시간이 많으니까 동네 맛집도 가보고 백반집도 가보고 하면서 맛있는 데를 찾아보는 재미가 있는 것도 한달살기의 장점인 것 같아요.


일주일에 2~3일은 숙소에서 휴식

한 달 동안 마냥 관광하고 맛집 돌아다닐 수는 없어서 숙소에서도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특히나 아기가 매일 외출하면 좀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집에서 충전하는 시간이 필요하더라구요. 그럴 때는 가까운 하나로마트에서 장을 봐서 집에서 음식을 해먹기도 하고, 숙소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식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비가 많이 오는 날도 그냥 집에서 통창으로 비오는 거 구경하면서 쉬었습니다.

집에서 쉴 때는 아기랑 책 읽고 인형이랑 장난감 가지고 놀고 아기가 잘 때 우리도 같이 자거나 각자 일을 하거나 했습니다. 우리 집이 아닌 곳에서 그렇게 여유 있게 보내는 것도 좋더라구요. 그리고 저녁에 육퇴하고 나서 회나 치킨 같은 음식이랑 맥주랑 같이 먹으면서 얘기하고 그랬는데 그런 시간이 빡세게 돌아다닌 시간보다 더 좋았습니다.

마트에서 제주도 특산 간식 중에서 맛있는 걸로 사와서 집에서 간식도 먹고 그러니까 제주도 느낌도 나고 좋더라구요. 공항에서 제주 마음샌드도 사오고 마트에서 귤향과즐이랑 우도땅콩샌드 같은 거 사와서 먹었는데 맛있어서 여러 번 사먹었습니다.


제주 동부 한달살기 총평

한달살기 하는 동안 동쪽은 그래도 많이 돌아봤는데 서쪽, 남쪽, 북쪽은 각각 두 번 정도씩 밖에 가보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4주 중에 1주일을 썼네요. 전체적으로 정말 만족스러운 한 달이었습니다.

한달 살기는 그 곳에서 생활을 하려고 가는 건데, 저는 사실 말만 한달살기지 거의 한달 관광하기 모드로 다녔어가지고 취지랑 맞지는 않는 건가 싶기는 합니다. 그래도 진짜 많은 맛집과 카페 다니면서 새로운 경험을 해보는 것도 좋았고 그냥 바닷가에 앉아서 아이랑 모래놀이 하면서 시간 보내는것도 너무 좋았습니다.

관광하러 와있지만 일상처럼 시간을 소비할 수 있다는 게 저에게는 참 좋았습니다. 다음에 또 제주도 한달 살기를 하러 간다면 이번에는 서부 쪽에 숙소를 잡으려고 합니다.

제주도는 진짜 크기 때문에 횡단하기가 어려워서 동쪽을 경험해 봤으니 이제 서쪽에서 구석구석 돌아다녀 볼 생각입니다.